20240517 뭐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
‘왜 하필 거기냐? ’, ‘고기가 먹고 싶다고 해라!’, ‘그보다 조금 더 위로 이야기해라!’ ‘쫌!’
놀란 눈이 함지박 보다 커진 다른 학생 수사님들의 갖은 비난에도, 그는 입회 이후 내가 보아온 그 어느 모습보다도 당당하고 의연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다시 이야기했습니다.
“맥도날드 먹고 싶습니다.”
그날은 우리 수도회 네 명의 학생 수사님 중 한 명인 판크라시오 그 수사님의 축일이었고, 그날 수련소를 방문해 오랜만에 그들을 만났던 나는 먹고 싶은 것을 뭐든 말하라고 한 참이었습니다.
그 학생 수사님들은 작년까지 내가 신학원장으로 있으며 함께 살며 동반하다 올해 수련소로 올려보낸 형제들이었습니다. 오랜 만에 보는 제 마음에는 애틋함과 미안함과 고마움이 뽀송뽀송 돋아났습니다.
“맥도날드 갑시다!”
나와 학생 수사님들 그리고 피정집 봉사자 분 이렇게 여섯이 수도회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가장 가까운 매장 김포 맥도날드로 갔습니다. 키오스크 앞에서 이 집에서 제일 비싼 것 마음대로 시키라고 호기롭게 소리치고, 저는 호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여섯 장을 꺼냈습니다. 뭐 맥도날드니까요. 키오스크 앞에 둘러서서 시끌벅적 이것저것 버튼을 누르다가 갑자기 누군가 외쳤습니다.
“신부님, 키오스크에서는 현금결재가 안 되는데요…”
조용히 우리는 한 줄로 데스크의 점원 앞에 가 섰습니다. 한참을 여섯 명의 긴 주문을 하나하나 따라 하며 쩔쩔매던 직원은 마침내 긴 터널을 나온 듯 한숨을숨을 내쉬며 명랑하게 총금액을 이야기했습니다.
“네…? 어… 얼마라고요?”
이번에는 제가 쩔쩔매며 손을 긴 호주머니 터널로 다시 넣어야 했습니다. 그러니까 맥도날드였는데 말이죠.